여행 계획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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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로 마음먹으면 보통 제일 먼저 무엇부터 찾아볼까.

항공권을 검색할 수도 있고, 가고 싶은 여행지를 찾아볼 수도 있고, 유명한 관광지부터 검색할 수도 있다.

나는 조금 다르다.

여행 계획을 짤 때 내가 제일 먼저 정하는 건 여행지가 아니다.

누구와 가는 여행인지. 그게 내 여행 계획의 첫 시작점이다.

혼자 가는 여행이라면 사실 내 마음대로 정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가는 여행이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친구인지, 가족인지, 연인인지에 따라 여행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도 달라진다.

같은 여행지라도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여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을 계획할 때 함께 가는 사람의 성향이나 평소 여행 스타일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많이 걷는 걸 힘들어하지 않는지, 맛있는 걸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여유롭게 쉬는 여행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인지도 생각한다.

관광이 중심이 될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중심이 될 수도 있고, 힐링이 목적일 수도 있다.

나는 어느 한 사람의 취향에만 맞춰진 여행은 만들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잔뜩 넣어서 같이 간 사람은 따라오기만 하는 여행도 싫고, 반대로 상대방에게 맞추느라 내가 아무것도 즐기지 못하는 여행도 싫다.

같이 다녀온 사람들이 모두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이번 여행 정말 좋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행.

나는 그런 여행을 만들려고 하는 편이다.

그리고 함께 가는 사람이 그 여행지를 처음 가보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먼저 움직이는 편이다.

그 사람에게 정보가 없는데

“뭐 하고 싶어?”

라고 물어봐도 사실 대답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님 세대와 여행할 때는 더 그렇다.

여행지에 어떤 곳이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음식이 유명한지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고 직접 찾아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내가 먼저 찾아본 것들을 보여준다.

“여기에 이런 곳이 있대.”

“이런 것도 할 수 있대.”

“이 음식이 유명하대.”

이렇게 어느 정도 정보를 드린 다음 다시 물어본다.

“이 중에 가보고 싶은 곳 있어?”

“이건 먹어보고 싶어?”

“이 나라에 대해서 평소에 궁금했던 거 있어?”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던 사람도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조금씩 하고 싶은 것이 생긴다.

나는 이것도 여행을 함께 계획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에게 무작정 선택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정보부터 만들어주는 것.

그래야 그 사람도 자기가 원하는 여행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알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함께 갈 사람이 정해지고 여행의 방향이 어느 정도 잡히면 그다음부터 하나씩 가지를 뻗어나간다.

어디로 갈 것인지.

언제 갈 것인지.

무엇을 타고 갈 것인지.

비행기를 탄다면 어디에서 어떤 항공편을 예약할 것인지.

숙소는 어디에 잡을 것인지.

그리고 숙소 위치가 정해지면 그 주변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나는 이런 식으로 하나씩 정해나간다.

처음부터 모든 걸 한꺼번에 정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하나를 정하면 그다음에 정해야 할 것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방식이다.

목적지를 정하고 나면 그곳까지 어떻게 갈지를 알아보고, 이동 방법이 정해지면 어느 지역에 숙소를 잡는 게 좋을지 생각한다.

숙소 위치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주변의 관광지나 식당을 찾아본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루의 동선도 만들어진다.

항공권이나 숙소를 알아볼 때도 그때그때 필요한 사이트를 찾아보고, 지도를 보면서 위치와 이동 거리도 확인한다.

이렇듯 처음부터 모든 정보를 다 찾아놓고 시작하는 편은 아니다.

큰 틀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 하나씩 채워 넣는 편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여행을 함께 가는 사람들과 같이 계획을 짜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각자 가고 싶은 곳도 이야기하고, 먹고 싶은 것도 이야기하고, 하기 싫은 것도 이야기하면서 계획을 만들어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안타깝게도 죄다 극P들만 포진해 있다.ㅋㅋㅋ

무언가를 물어봤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대답들이 바로 이것들이다.

“나는 아무거나 다 좋아.”

“네가 가고 싶은 데 가자.”

“계획은 네가 해야지.”

이것들이 디폴트값이랄까.ㅎㅎㅎ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내가 계획을 짜는 게 당연해졌다.

사실 나는 계획을 짜는 것 자체는 크게 상관없다.

오히려 이것저것 찾아보고 동선을 맞추다 보면 재미있기도 하다.

다만 내가 계획을 전부 맡게 될 때는 딱 하나를 꼭 미리 이야기한다.

“그래. 계획은 내가 짤게. 대신 마음에 안 드는 건 여행 가기 전에 꼭 말해줘. 이게 우리 원칙이야.”

나는 여행 전에 내가 짠 계획을 같이 가는 사람들에게 여러 번 브리핑한다.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뭘 먹을지 대략적으로 이야기하고 혹시 싫은 게 있는지 물어본다.

많이 걷는 일정이 괜찮은지, 먹지 못하는 음식은 없는지, 꼭 가고 싶은 곳은 없는지도 확인한다.

왜냐하면 여행을 가기 전이라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는 별로 안 가고 싶어.”

“나는 이 음식 못 먹어.”

“이날은 조금 쉬고 싶어.”

이런 이야기를 미리 해준다면 나는 계획을 다시 짜면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내가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

서로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맞추는 것.

사람마다 같은 말을 듣고도 전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이번 여행은 많이 걸어야 하는데 괜찮아?”

라고 물어봤다고 해보자.

상대방이 “응, 괜찮아.”라고 대답했다고 해서 정말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나에게 ‘많이 걷는다’는 하루 이만 보 정도일 수도 있고, 두 시간 정도 계속 걷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상대방에게는 만 보도 이미 엄청나게 많이 걷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이런 부분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다.

“이번 여행은 하루 최소 이만 보 정도는 걸을 것 같아.”

“중간에 쉬기는 하지만 두 시간 정도 계속 걸어야 할 수도 있어.”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도 자기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숙소도 마찬가지다.

“일본 숙소는 좀 작은 편이야.”

라고 이야기했는데 상대방은 그냥 ‘아, 좀 작구나.’ 정도로 생각했다가 막상 가보면

“와, 이렇게까지 작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캐리어 두 개 펼쳐 놓을 공간도 안될 정도로 작은 편이야.” 라고 말하는 식이다.

‘좀 짜다’, ‘좀 맵다’, ‘조금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내가 생각하는 ‘좀 짜다’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좀 짜다’는 다를 수 있고, 내가 생각하는 ‘일찍’은 아침 7시일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는 9시나 10시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날은 좀 일찍 일어나야 돼.”

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날은 아침 7시에는 일어나야 해.”

라고 이야기하는 게 훨씬 정확하다.

나는 여행 계획에서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애매한 말일수록 구체적인 기준으로 바꿔서 이야기하는 것.

실제로 주변에서 여행이 잘 안 풀렸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경우가 꽤 많았다.

한 사람이 여행 계획을 전부 짠다.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따라간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시작하고 나면 하나씩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다.

“나는 이거 별론데.”

“나는 이 음식 못 먹어. 당연히 다른 음식도 있는 줄 알았지.”

“나는 이렇게까지 많이 걸을 줄 몰랐는데.”

“나는 일찍이 이렇게까지 일찍인 줄 몰랐지.”

그렇게 되면 계획을 짠 사람은 당황스럽고 억울하고, 말하지 않고 따라간 사람도 여행 내내 불편하다.

결국 모두가 즐겁지 않은 여행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함께 여행할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미리 이야기한다.

싫은 건 꼭 여행 가기 전에 말해달라고.

내가 계획을 짜는 대신, 함께 가는 사람도 자기 의견을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계획을 잘 짠다고 해도 그 사람의 취향과 기준까지 전부 알아맞힐 수는 없으니까.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고 해서 그 여행을 혼자 만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리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도 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은 꼭 생긴다.

날씨가 바뀔 수도 있고, 생각보다 피곤할 수도 있고, 갑자기 다른 곳이 더 가고 싶어질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나도 굳이 계획을 고집하지 않는다.

여행 중에 바뀌는 건 괜찮다.

다만 여행 전에 말할 수 있었던 것을 여행이 시작된 뒤에 처음 알게 되는 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 여행 계획은 단순히 어디를 갈지 정해놓는 일이 아니다.

누구와 가는지 생각하고, 그 사람에게 어떤 여행이 좋은 여행일지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적당히 섞어 하나의 여행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여행을 계획할 때 제일 먼저 정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누구와 가는 여행인가’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하나씩 정하면 된다.

어디로 갈지.

언제 갈지.

어떻게 갈지.

어디에서 잘지.

무엇을 할지.

하나를 정하면 그다음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에 답하다 보면 어느새 여행의 전체적인 모습이 만들어진다.

아마 그래서 나는 여행 계획을 세우는 과정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이것저것 찾아보고, 상상하고, 일정을 짜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이미 여행을 시작한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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