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을 다녀온 주위 사람들에게 여행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볼 것, 구경할 곳도 많았고, 여행 자체는 재미있었다 이야기한다.
그런데 가끔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 좋았는데 음식이 너무 별로였어.”
“너무 짜고 느끼하더라.”
“일본 음식은 내 입맛에 안 맞는 것 같아.”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꽤 들어봤다.
얼마 전에도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지인과 만났는데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음식이 너무 별로였다 하소연을 시작했다.
너무 짜고 느끼해서 힘들었고, 김치가 먹고 싶어서 김치를 주문했는데 그 김치마저 너무 달았다고.
그러면서 나에게 물었다.
“일본 여행을 어떻게 그렇게 자주 다녀요? 음식은 입에 맞아요?”
나는 오히려 다시 물어봤다.
“그럼 일본에서 뭘 드셨는데요?”
돌아온 대답을 들어보니 라멘, 우동, 규동, 오코노미야키, 야키소바, 튀김류, 돈카츠, 나폴리탄 같은 음식들을 먹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중에는 맛있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랬더니 잠시 생각하더니,
“맥주랑 규카츠는 맛있었어요!”
라고 했다.ㅋㅋㅋ
참고로 그 지인은 일본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뭔가 묘한 부분이 있어 물었다.
“그럼 평소에 한국에서 자주 먹거나 좋아하는 일식 메뉴는 없어요?”
그러자 바로 돌아온 대답.
“소바랑 초밥은 좋아해요!”
“아, 그래요? 그럼 이번에 일본 가서 먹었을 땐 별로였어요?”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일본에서는 안 먹어봤는데요?”
“예???ㅋㅋㅋ”
그래서 왜 안 먹고 왔냐고 물어봤더니, 일행과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보니 다른 유명한 음식들을 먹는 쪽으로 밀려서 결국 못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초밥이었다.
이 지인은 와사비를 못 먹는 사람이었다.
한국에서는 초밥을 먹을 때 와사비를 빼달라고 쉽게 이야기해서 평소에도 초밥을 잘 먹는데, 일본에서는 와사비를 빼달라고 하면 뭔가 예의가 아닐 것 같은 느낌이었단다.ㅋㅋㅋ
그래서 평소에는 한국에서 잘만 먹던 초밥을 정작 일본에서는 와사비 때문에 포기하고 온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했다.
평소에 좋아하는 일식 메뉴가 소바와 초밥이라고 했는데, 정작 일본에 처음 여행을 가서는 둘 다 먹지 못했다니.
대신 일본에서 유명하다고 생각되는 음식들을 이것저것 먹었고, 그중에서 맛있었다고 느낀 건 맥주와 규카츠 정도였다는 결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처음에 들었던 “일본 음식이 너무 짜고 느끼해서 별로였다”는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일본에 가서 음식 때문에 크게 힘들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나는 무슨 음식이든 호불호를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입맛이 매우 싱거운 편에 속한다.
생각해보니 나도 일본에 처음 갈 무렵에는 음식이 짤까봐 걱정을 하긴 했었다. 실제로 짠 음식들도 있었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여행 내내 고생한 기억? 글쎄.
한두 번을 제외한다면 음식의 염도 때문에 문제가 된 기억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다.
오히려 나는 일본에 간다고 해서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들을 꼭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아마도 그것이 나와 이 지인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라멘이 유명하다고 해서 매번 라멘을 먹는 것도 아니고, 우동이나 덮밥이 먹고 싶어서 일부러 찾아다니는 편도 아니다.
물론 먹고 싶을 때는 먹는다.
그런데 그럴 때도 그냥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곳이나 들어가지는 않는다.
내가 짠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리뷰를 찾아보면서(친절한 한국인 리뷰어들은 어디에나 있고, 특히 간이나 친절도 이야기를 잘 써주시는 편이라.ㅋㅋ) 짜다는 이야기가 많은지 등을 먼저 찾아본다.
같은 라멘이라도 가게에 따라 맛이 꽤 다르고, 일본 음식이라고 해서 모두 비슷한 맛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굳이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곳을 찾아가서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에서도 비슷한 편이다.
그 나라에 갔으니까 그 나라에서 유명한 건 무조건 다 먹어봐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중에서 내가 먹을 수 있고,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보는 편이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해외여행을 처음 가는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이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처음 가는 나라라면 무엇이 유명한지도 잘 모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검색해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표 음식부터 찾게 된다.
일본이라면 라멘, 스시, 우동, 규동, 오코노미야키 같은 음식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평소에 짜거나 느끼한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음식들만 계속 찾아 먹는 여행은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일본 여행을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일본에서 뭘 먹어야 하지?’보다
‘나는 평소에 뭘 좋아하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싱겁게 먹는 사람이라면 조금 덜 짠 음식을 찾아보고, 느끼한 음식을 잘 못 먹는다면 그런 음식을 피해서 찾아보면 된다.
일본에 갔다고 해서 꼭 일본 음식만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먹는 것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반대로 일본 음식이 정말 입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일본 음식이 무조건 맛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일본에 자주 간다고 해서 일본 음식이라면 뭐든 맛있게 먹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도 분명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이 있고, 굳이 다시 먹고 싶지 않은 음식도 있다.
다만 내가 일본 여행에서 음식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았던 건 일본 음식이 특별히 내 입맛에 잘 맞아서라기보다는, 내가 먹고 싶은 것과 먹을 수 있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그에 맞춰 선택하기 때문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 여행 온 외국인 중에서도 한국 음식이 자기 입맛에는 별로였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김치가 너무 맵거나, 찌개가 너무 짜거나, 평소에 먹어보지 않았던 음식이 낯설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 사람에게
“한국 음식이 맛이 없어서 그래.”
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사람의 입맛이나 평소 먹던 음식과 달랐던 것일 수도 있으니까.
일본 음식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 음식이 짜고 느끼해서 별로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음식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내 입맛과 맞지 않는 음식을 계속 골라 먹었던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지인에게도 와사비 이야기를 다시 해줬다.
와사비를 못 먹는다고 해서 일본에서 초밥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일본에서도 와사비를 빼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 요즘은 아예 와사비가 따로 나오는 곳도 많다.
실제로 최근에 갔던 대형 프랜차이즈 초밥집에서도 초밥 안에 와사비가 들어 있지 않고 따로 먹을 수 있게 구비된 경우가 많았다.
그 이야기를 해주니 그분이 그제야
“아하! 그래도 되는구나.”
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여행을 가서 음식 때문에 고생만 하다 온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도 조금 아쉬웠다.
음식 자체가 맞지 않았던 게 아니라, 자신의 입맛에 맞는 방법을 조금만 찾아봤다면 훨씬 편하게 먹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정말 일본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음식을 좋아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일본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유명한 음식들을 찾아보는 것과 함께 ‘내 입맛에는 어떤 음식이 맞을까?’를 같이 찾아보는 것도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결국 내가 즐기러 가는 것이니까.
나는 그래서 일본에 갈 때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우선 찾아본다.
유명해서 먹는 게 아니라,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먹는 것.
어쩌면 내가 일본 여행을 자주 가면서도 음식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일본 음식이 나에게 특별히 잘 맞았던 게 아니라,
내 입맛에 맞는 일본 음식을 찾아 먹었으니까.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것도 여행을 계획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무조건 유명한 곳을 찾아가는 것보다,
그곳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
그렇게 생각하면 여행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의외로 훨씬 많아진다.
나중에는 내가 일본에 가서 실제로 자주 먹는 음식이나, 입맛에 잘 맞았던 음식들을 따로 이야기해봐도 좋을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그저 한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새로운 곳에 갔다고 해서 무조건 그 나라에서 유명한 음식을 꼭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참고로 나는 뉴욕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 ‘뚝배기해물된장찌개’였다.ㅋㅋㅋ
뉴욕에서 먹어본 음식 중 하나가 아니라, 살면서 먹어본 된장찌개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맛있었다.
그러니까 뭐…
여행 가서 뭘 먹을지는 역시 내 입맛이 제일 잘 아는 것 같다.ㅋㅋㅋ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