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함함이

  • 일본 음식이 입에 맞지 않다고 느꼈다면

    일본 여행을 다녀온 주위 사람들에게 여행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볼 것, 구경할 곳도 많았고, 여행 자체는 재미있었다 이야기한다.

    그런데 가끔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 좋았는데 음식이 너무 별로였어.”

    “너무 짜고 느끼하더라.”

    “일본 음식은 내 입맛에 안 맞는 것 같아.”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꽤 들어봤다.

    얼마 전에도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지인과 만났는데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음식이 너무 별로였다 하소연을 시작했다.

    너무 짜고 느끼해서 힘들었고, 김치가 먹고 싶어서 김치를 주문했는데 그 김치마저 너무 달았다고.

    그러면서 나에게 물었다.

    “일본 여행을 어떻게 그렇게 자주 다녀요? 음식은 입에 맞아요?”

    나는 오히려 다시 물어봤다.

    “그럼 일본에서 뭘 드셨는데요?”

    돌아온 대답을 들어보니 라멘, 우동, 규동, 오코노미야키, 야키소바, 튀김류, 돈카츠, 나폴리탄 같은 음식들을 먹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중에는 맛있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랬더니 잠시 생각하더니,

    “맥주랑 규카츠는 맛있었어요!”

    라고 했다.ㅋㅋㅋ

    참고로 그 지인은 일본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뭔가 묘한 부분이 있어 물었다.

    “그럼 평소에 한국에서 자주 먹거나 좋아하는 일식 메뉴는 없어요?”

    그러자 바로 돌아온 대답.

    “소바랑 초밥은 좋아해요!”

    “아, 그래요? 그럼 이번에 일본 가서 먹었을 땐 별로였어요?”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일본에서는 안 먹어봤는데요?”

    “예???ㅋㅋㅋ”

    그래서 왜 안 먹고 왔냐고 물어봤더니, 일행과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보니 다른 유명한 음식들을 먹는 쪽으로 밀려서 결국 못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초밥이었다.

    이 지인은 와사비를 못 먹는 사람이었다.

    한국에서는 초밥을 먹을 때 와사비를 빼달라고 쉽게 이야기해서 평소에도 초밥을 잘 먹는데, 일본에서는 와사비를 빼달라고 하면 뭔가 예의가 아닐 것 같은 느낌이었단다.ㅋㅋㅋ

    그래서 평소에는 한국에서 잘만 먹던 초밥을 정작 일본에서는 와사비 때문에 포기하고 온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했다.

    평소에 좋아하는 일식 메뉴가 소바와 초밥이라고 했는데, 정작 일본에 처음 여행을 가서는 둘 다 먹지 못했다니.

    대신 일본에서 유명하다고 생각되는 음식들을 이것저것 먹었고, 그중에서 맛있었다고 느낀 건 맥주와 규카츠 정도였다는 결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처음에 들었던 “일본 음식이 너무 짜고 느끼해서 별로였다”는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일본에 가서 음식 때문에 크게 힘들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나는 무슨 음식이든 호불호를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입맛이 매우 싱거운 편에 속한다.

    생각해보니 나도 일본에 처음 갈 무렵에는 음식이 짤까봐 걱정을 하긴 했었다. 실제로 짠 음식들도 있었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여행 내내 고생한 기억? 글쎄.
    한두 번을 제외한다면 음식의 염도 때문에 문제가 된 기억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다.

    오히려 나는 일본에 간다고 해서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들을 꼭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아마도 그것이 나와 이 지인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라멘이 유명하다고 해서 매번 라멘을 먹는 것도 아니고, 우동이나 덮밥이 먹고 싶어서 일부러 찾아다니는 편도 아니다.

    물론 먹고 싶을 때는 먹는다.

    그런데 그럴 때도 그냥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곳이나 들어가지는 않는다.

    내가 짠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리뷰를 찾아보면서(친절한 한국인 리뷰어들은 어디에나 있고, 특히 간이나 친절도 이야기를 잘 써주시는 편이라.ㅋㅋ) 짜다는 이야기가 많은지 등을 먼저 찾아본다.

    같은 라멘이라도 가게에 따라 맛이 꽤 다르고, 일본 음식이라고 해서 모두 비슷한 맛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굳이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곳을 찾아가서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에서도 비슷한 편이다.

    그 나라에 갔으니까 그 나라에서 유명한 건 무조건 다 먹어봐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중에서 내가 먹을 수 있고,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보는 편이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해외여행을 처음 가는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이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처음 가는 나라라면 무엇이 유명한지도 잘 모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검색해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표 음식부터 찾게 된다.

    일본이라면 라멘, 스시, 우동, 규동, 오코노미야키 같은 음식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평소에 짜거나 느끼한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음식들만 계속 찾아 먹는 여행은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일본 여행을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일본에서 뭘 먹어야 하지?’보다

    ‘나는 평소에 뭘 좋아하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싱겁게 먹는 사람이라면 조금 덜 짠 음식을 찾아보고, 느끼한 음식을 잘 못 먹는다면 그런 음식을 피해서 찾아보면 된다.

    일본에 갔다고 해서 꼭 일본 음식만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먹는 것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반대로 일본 음식이 정말 입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일본 음식이 무조건 맛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일본에 자주 간다고 해서 일본 음식이라면 뭐든 맛있게 먹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도 분명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이 있고, 굳이 다시 먹고 싶지 않은 음식도 있다.

    다만 내가 일본 여행에서 음식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았던 건 일본 음식이 특별히 내 입맛에 잘 맞아서라기보다는, 내가 먹고 싶은 것과 먹을 수 있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그에 맞춰 선택하기 때문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 여행 온 외국인 중에서도 한국 음식이 자기 입맛에는 별로였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김치가 너무 맵거나, 찌개가 너무 짜거나, 평소에 먹어보지 않았던 음식이 낯설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 사람에게

    “한국 음식이 맛이 없어서 그래.”

    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사람의 입맛이나 평소 먹던 음식과 달랐던 것일 수도 있으니까.

    일본 음식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 음식이 짜고 느끼해서 별로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음식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내 입맛과 맞지 않는 음식을 계속 골라 먹었던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지인에게도 와사비 이야기를 다시 해줬다.

    와사비를 못 먹는다고 해서 일본에서 초밥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일본에서도 와사비를 빼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 요즘은 아예 와사비가 따로 나오는 곳도 많다.

    실제로 최근에 갔던 대형 프랜차이즈 초밥집에서도 초밥 안에 와사비가 들어 있지 않고 따로 먹을 수 있게 구비된 경우가 많았다.

    그 이야기를 해주니 그분이 그제야

    “아하! 그래도 되는구나.”

    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여행을 가서 음식 때문에 고생만 하다 온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도 조금 아쉬웠다.

    음식 자체가 맞지 않았던 게 아니라, 자신의 입맛에 맞는 방법을 조금만 찾아봤다면 훨씬 편하게 먹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정말 일본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음식을 좋아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일본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유명한 음식들을 찾아보는 것과 함께 ‘내 입맛에는 어떤 음식이 맞을까?’를 같이 찾아보는 것도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결국 내가 즐기러 가는 것이니까.

    나는 그래서 일본에 갈 때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우선 찾아본다.

    유명해서 먹는 게 아니라,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먹는 것.

    어쩌면 내가 일본 여행을 자주 가면서도 음식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일본 음식이 나에게 특별히 잘 맞았던 게 아니라,

    내 입맛에 맞는 일본 음식을 찾아 먹었으니까.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것도 여행을 계획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무조건 유명한 곳을 찾아가는 것보다,

    그곳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

    그렇게 생각하면 여행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의외로 훨씬 많아진다.

    나중에는 내가 일본에 가서 실제로 자주 먹는 음식이나, 입맛에 잘 맞았던 음식들을 따로 이야기해봐도 좋을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그저 한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새로운 곳에 갔다고 해서 무조건 그 나라에서 유명한 음식을 꼭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참고로 나는 뉴욕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 ‘뚝배기해물된장찌개’였다.ㅋㅋㅋ

    뉴욕에서 먹어본 음식 중 하나가 아니라, 살면서 먹어본 된장찌개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맛있었다.

    그러니까 뭐…
    여행 가서 뭘 먹을지는 역시 내 입맛이 제일 잘 아는 것 같다.ㅋㅋㅋ

  • 여행 계획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것

    가기로 마음먹으면 보통 제일 먼저 무엇부터 찾아볼까.

    항공권을 검색할 수도 있고, 가고 싶은 여행지를 찾아볼 수도 있고, 유명한 관광지부터 검색할 수도 있다.

    나는 조금 다르다.

    여행 계획을 짤 때 내가 제일 먼저 정하는 건 여행지가 아니다.

    누구와 가는 여행인지. 그게 내 여행 계획의 첫 시작점이다.

    혼자 가는 여행이라면 사실 내 마음대로 정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가는 여행이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친구인지, 가족인지, 연인인지에 따라 여행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도 달라진다.

    같은 여행지라도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여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을 계획할 때 함께 가는 사람의 성향이나 평소 여행 스타일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많이 걷는 걸 힘들어하지 않는지, 맛있는 걸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여유롭게 쉬는 여행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인지도 생각한다.

    관광이 중심이 될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중심이 될 수도 있고, 힐링이 목적일 수도 있다.

    나는 어느 한 사람의 취향에만 맞춰진 여행은 만들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잔뜩 넣어서 같이 간 사람은 따라오기만 하는 여행도 싫고, 반대로 상대방에게 맞추느라 내가 아무것도 즐기지 못하는 여행도 싫다.

    같이 다녀온 사람들이 모두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이번 여행 정말 좋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행.

    나는 그런 여행을 만들려고 하는 편이다.

    그리고 함께 가는 사람이 그 여행지를 처음 가보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먼저 움직이는 편이다.

    그 사람에게 정보가 없는데

    “뭐 하고 싶어?”

    라고 물어봐도 사실 대답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님 세대와 여행할 때는 더 그렇다.

    여행지에 어떤 곳이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음식이 유명한지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고 직접 찾아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내가 먼저 찾아본 것들을 보여준다.

    “여기에 이런 곳이 있대.”

    “이런 것도 할 수 있대.”

    “이 음식이 유명하대.”

    이렇게 어느 정도 정보를 드린 다음 다시 물어본다.

    “이 중에 가보고 싶은 곳 있어?”

    “이건 먹어보고 싶어?”

    “이 나라에 대해서 평소에 궁금했던 거 있어?”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던 사람도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조금씩 하고 싶은 것이 생긴다.

    나는 이것도 여행을 함께 계획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에게 무작정 선택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정보부터 만들어주는 것.

    그래야 그 사람도 자기가 원하는 여행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알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함께 갈 사람이 정해지고 여행의 방향이 어느 정도 잡히면 그다음부터 하나씩 가지를 뻗어나간다.

    어디로 갈 것인지.

    언제 갈 것인지.

    무엇을 타고 갈 것인지.

    비행기를 탄다면 어디에서 어떤 항공편을 예약할 것인지.

    숙소는 어디에 잡을 것인지.

    그리고 숙소 위치가 정해지면 그 주변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나는 이런 식으로 하나씩 정해나간다.

    처음부터 모든 걸 한꺼번에 정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하나를 정하면 그다음에 정해야 할 것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방식이다.

    목적지를 정하고 나면 그곳까지 어떻게 갈지를 알아보고, 이동 방법이 정해지면 어느 지역에 숙소를 잡는 게 좋을지 생각한다.

    숙소 위치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주변의 관광지나 식당을 찾아본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루의 동선도 만들어진다.

    항공권이나 숙소를 알아볼 때도 그때그때 필요한 사이트를 찾아보고, 지도를 보면서 위치와 이동 거리도 확인한다.

    이렇듯 처음부터 모든 정보를 다 찾아놓고 시작하는 편은 아니다.

    큰 틀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 하나씩 채워 넣는 편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여행을 함께 가는 사람들과 같이 계획을 짜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각자 가고 싶은 곳도 이야기하고, 먹고 싶은 것도 이야기하고, 하기 싫은 것도 이야기하면서 계획을 만들어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안타깝게도 죄다 극P들만 포진해 있다.ㅋㅋㅋ

    무언가를 물어봤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대답들이 바로 이것들이다.

    “나는 아무거나 다 좋아.”

    “네가 가고 싶은 데 가자.”

    “계획은 네가 해야지.”

    이것들이 디폴트값이랄까.ㅎㅎㅎ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내가 계획을 짜는 게 당연해졌다.

    사실 나는 계획을 짜는 것 자체는 크게 상관없다.

    오히려 이것저것 찾아보고 동선을 맞추다 보면 재미있기도 하다.

    다만 내가 계획을 전부 맡게 될 때는 딱 하나를 꼭 미리 이야기한다.

    “그래. 계획은 내가 짤게. 대신 마음에 안 드는 건 여행 가기 전에 꼭 말해줘. 이게 우리 원칙이야.”

    나는 여행 전에 내가 짠 계획을 같이 가는 사람들에게 여러 번 브리핑한다.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뭘 먹을지 대략적으로 이야기하고 혹시 싫은 게 있는지 물어본다.

    많이 걷는 일정이 괜찮은지, 먹지 못하는 음식은 없는지, 꼭 가고 싶은 곳은 없는지도 확인한다.

    왜냐하면 여행을 가기 전이라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는 별로 안 가고 싶어.”

    “나는 이 음식 못 먹어.”

    “이날은 조금 쉬고 싶어.”

    이런 이야기를 미리 해준다면 나는 계획을 다시 짜면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내가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

    서로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맞추는 것.

    사람마다 같은 말을 듣고도 전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이번 여행은 많이 걸어야 하는데 괜찮아?”

    라고 물어봤다고 해보자.

    상대방이 “응, 괜찮아.”라고 대답했다고 해서 정말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나에게 ‘많이 걷는다’는 하루 이만 보 정도일 수도 있고, 두 시간 정도 계속 걷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상대방에게는 만 보도 이미 엄청나게 많이 걷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이런 부분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다.

    “이번 여행은 하루 최소 이만 보 정도는 걸을 것 같아.”

    “중간에 쉬기는 하지만 두 시간 정도 계속 걸어야 할 수도 있어.”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도 자기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숙소도 마찬가지다.

    “일본 숙소는 좀 작은 편이야.”

    라고 이야기했는데 상대방은 그냥 ‘아, 좀 작구나.’ 정도로 생각했다가 막상 가보면

    “와, 이렇게까지 작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캐리어 두 개 펼쳐 놓을 공간도 안될 정도로 작은 편이야.” 라고 말하는 식이다.

    ‘좀 짜다’, ‘좀 맵다’, ‘조금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내가 생각하는 ‘좀 짜다’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좀 짜다’는 다를 수 있고, 내가 생각하는 ‘일찍’은 아침 7시일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는 9시나 10시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날은 좀 일찍 일어나야 돼.”

    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날은 아침 7시에는 일어나야 해.”

    라고 이야기하는 게 훨씬 정확하다.

    나는 여행 계획에서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애매한 말일수록 구체적인 기준으로 바꿔서 이야기하는 것.

    실제로 주변에서 여행이 잘 안 풀렸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경우가 꽤 많았다.

    한 사람이 여행 계획을 전부 짠다.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따라간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시작하고 나면 하나씩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다.

    “나는 이거 별론데.”

    “나는 이 음식 못 먹어. 당연히 다른 음식도 있는 줄 알았지.”

    “나는 이렇게까지 많이 걸을 줄 몰랐는데.”

    “나는 일찍이 이렇게까지 일찍인 줄 몰랐지.”

    그렇게 되면 계획을 짠 사람은 당황스럽고 억울하고, 말하지 않고 따라간 사람도 여행 내내 불편하다.

    결국 모두가 즐겁지 않은 여행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함께 여행할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미리 이야기한다.

    싫은 건 꼭 여행 가기 전에 말해달라고.

    내가 계획을 짜는 대신, 함께 가는 사람도 자기 의견을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계획을 잘 짠다고 해도 그 사람의 취향과 기준까지 전부 알아맞힐 수는 없으니까.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고 해서 그 여행을 혼자 만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리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도 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은 꼭 생긴다.

    날씨가 바뀔 수도 있고, 생각보다 피곤할 수도 있고, 갑자기 다른 곳이 더 가고 싶어질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나도 굳이 계획을 고집하지 않는다.

    여행 중에 바뀌는 건 괜찮다.

    다만 여행 전에 말할 수 있었던 것을 여행이 시작된 뒤에 처음 알게 되는 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 여행 계획은 단순히 어디를 갈지 정해놓는 일이 아니다.

    누구와 가는지 생각하고, 그 사람에게 어떤 여행이 좋은 여행일지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적당히 섞어 하나의 여행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여행을 계획할 때 제일 먼저 정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누구와 가는 여행인가’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하나씩 정하면 된다.

    어디로 갈지.

    언제 갈지.

    어떻게 갈지.

    어디에서 잘지.

    무엇을 할지.

    하나를 정하면 그다음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에 답하다 보면 어느새 여행의 전체적인 모습이 만들어진다.

    아마 그래서 나는 여행 계획을 세우는 과정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이것저것 찾아보고, 상상하고, 일정을 짜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이미 여행을 시작한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

  •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이런 것도 신기했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땐 지금 생각하면 정말 별것 아닌 것들도 참 신기했다.

    지금이야 일본에 많이 다녀 익숙해진 것들이 많지만, 처음에는 한국에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일본에서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었다.

    그중 제일 먼저 기억나는 건 역시 돈이었다.

    일본은 지금도 한국보다는 현금을 사용할 일이 많은 편이고, 내가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특히 현금을 많이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전을 많이 쓰게 됐다.

    한국에서는 동전을 쓸 일이 매우 줄어들고 있었고, 무엇보다 동전은 비교적 작은 금액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일본에서는 그게 조금 달랐다.

    나는 대충 100엔이면 우리 돈 1,000원, 500엔이면 5,000원, 1,000엔이면 10,000원 정도라고 생각하면서 계산했다.

    지금은 환율이 또 달라졌지만, 여행할 때 빠르게 감을 잡기에는 아직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숫자보다 종이와 동전에서 오는 괴리감이 더 컸다.

    동전 하나가 생각보다 꽤 큰돈인 것이다.

    이게 묘하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동전 때문에 소비를 조금 가볍게 생각했던 적도 많다.

    나는 원래 인형뽑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일본에는 인형뽑기 기계가 정말 많다.

    한국에서는 한 판에 1,000원이라고 인식하고 하기 때문에

    “한두 판만 하자.”

    이런 식으로 나름의 브레이크를 걸려고 한다.
    물론 한두 판만에 끝내는 적은 드물지만.ㅋㅋㅋ

    그런데 일본에서는 한 판에 100엔.

    머리로는 그게 우리 돈으로 대략 천 원 정도라는 걸 알고 있는데, 막상 100엔짜리 동전을 손에 들고 기계에 넣다 보면 느낌이 다르다.

    천 원을 쓰는 것보다 동전 하나를 넣는 느낌에 가깝달까?

    그래서인지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하게 되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손에 수북히 들고 있던 동전들이 순식간에 탕진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ㅋㅋ

    돈의 가치는 알고 있지만, 그 돈이 동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하는 느낌이 달라지는 게 신기했다.

    그보다 처음 간 일본에서 내가 놀랐던 건 따로 있었다.

    내가 생각보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사람이었다는 것.

    예를 들어 계산을 할 때였다.

    일본에서는 동전으로 계산할 일이 많다 보니 하나하나 세어서 내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뒤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면 나는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빨리 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동전을 더 헷갈리고, 주저주저하게 됐다.

    정작 일본의 점원들은 별로 급해하지 않는데.ㅋㅋㅋ

    내가 조금 헷갈려 하면 알아서 도와주기도 하고, 거스름돈을 줄 때도 서두르는 느낌이 없었다.

    줄이 길어도 손님에게 빨리 하라는 식으로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걸 몇 번 경험하고 나니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나 생각보다 엄청 급한 사람이었네?’

    이건 버스를 탈 때도 비슷했다.

    한국에서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면 버스가 완전히 서기도 전에 슬슬 일어나서 문 쪽으로 가는 게 나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버스가 완전히 멈춘 뒤에 사람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내려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것도 꽤 신기했다.

    게다가 일본은 뒤에서 타고 앞에서 내리다 보니 처음에는 그것도 헷갈렸다.

    실제로 처음 일본에 갔을 때 버스를 놓칠 뻔해서 급하게 뛰어간 적이 있었다.

    저 앞에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막 멈추려고 하는데 나는 아직 한참 더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순간 ‘놓치겠다!’ 싶어서 냅다 뛰어갔다.

    그런데 급한 마음에 내가 향한 곳은 버스의 앞문이었다.

    앞으로 타려고 하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민망함이란…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정말 별것 아닌데, 처음에는 한국에서 익숙했던 방식이 몸에 배어 있어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움직였던 것 같다.

    식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식당에 들어가서 빈자리가 있으면 일단 자리에 앉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데, 일본에서는 빈자리가 아무리 많이 보여도 직원에게 안내를 받은 뒤 자리에 앉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걸 몰랐고,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빈자리에 앉으려고 했다가 직원에게 제지를 받아 민망한 적도 있었다.

    ‘아… 여기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한 번 경험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식당에 들어가면 먼저 직원에게 물어보게 됐다.

    신기하게도 그 습관은 지금까지 남아 이제는 한국 식당에 가도 일단 직원에게 자리를 물어보고 앉는 편이다.ㅋㅋㅋ

    그리고 가장 어려웠던 건 역시 열차였다.

    한국에서는 1호선이면 1호선, 2호선이면 2호선처럼 내가 타야 할 노선과 플랫폼이 어느 정도 한 세트라는 느낌인데, 일본에서는 같은 플랫폼으로 여러 종류의 열차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처음에는 그게 정말 헷갈렸다.

    한 번은 내가 타야 하는 열차가 들어오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그 앞에 섰다가, 알고 보니 다른 열차였던 적도 있다.

    다음 역을 확인했을 때도 내가 가려는 방향인 것처럼 보여서 탔는데, 막상 다음 역에 도착하고 보니 내가 가려던 역이 아니어서 내린 후 얼마나 당황했던지.ㅋㅋㅋ

    사실 지금도 일본의 열차는 가끔 헷갈린다.

    나는 일본어를 듣고 말하는 건 어느 정도 되지만 읽는 건 아직 서툰 편이다.

    히라가나는 읽을 수 있어도 가타카나가 나오면 조금 어려워지고, 한자가 많아지면 더 자신이 없어진다.

    물론 일본어를 잘 읽을 수 있다면 플랫폼 바닥의 색깔이나 한자, 열차 표시 등을 보고 구분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걸 완벽하게 활용하지 못하니, 지금은 조금이라도 헷갈리면 그냥 플랫폼에서 안내해주시는 분께 물어본다.

    “○○역에 가려면 어디에서 타야 하나요?”

    그러면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 알려주시기도 하고, 직접 그곳까지 안내해주시기도 한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안내원에게 안내를 받아 우리가 탈 열차가 들어오는 곳에 서 있었는데 마침 열차가 들어왔다.

    그런데 바닥에 표시된 색깔은 맞는데 한자가 묘하게 비슷한 듯 달라 보이는 느낌?

    ‘이거 맞나…?’

    고민하고 있던 순간.

    우리를 안내해주셨던 분이 다시 오시더니 이 열차는 여기 서기는 하지만 우리가 타야 하는 열차는 아니라고 알려주시며 다음 열차를 타면 된다고 하고 사라지셨다.

    그래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다 열차가 왔고,
    이건가 보다! 하고 오르려던 찰나, 그분이 다시 급하게 오셔서 우리를 말리셨다.

    그 후에는 아예 어디 가지 않으시고 주변에 계시다가 정말 우리가 타야 할 열차가 들어왔을 때는 우리를 보고 손짓을 하셨다.

    “이거예요. 지금 타세요.”

    그 순간 정말 감사했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낯설고 당황스러웠는데 몇 번 여행하다 보니 처음에는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배우게 됐다.

    어떤 건 이제 너무 익숙해졌고, 어떤 건 아직도 헷갈린다.ㅋㅋㅋ

    그리고 재미있는 건 일본에 가서 이런 것들을 경험하다 보니 오히려 내가 한국에서 어떤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는지 알게 됐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그렇게 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계산대 앞에서 괜히 마음이 급해지고 버스를 놓칠까 봐 뛰어가고 있는 나를 보면서 새삼 나도 ‘빨리빨리’의 민족임을 깨닫게 됐다.

    여행을 하다 보면 유명한 관광지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물론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런 별것 아닌 순간들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처음에는 몰라서 당황했던 것들.

    한 번 겪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그리고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것들.

    아마 이런 작은 차이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 나는 어쩌다 교토를 좋아하게 됐을까

    나는 어쩌다 교토를 좋아하게 됐을까

    나에게 한국에서 좋아하는 지역을 묻는다면 나는 경주와 강릉을 꼽곤 한다.

    그중 경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문화와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고, 오래된 것들이 남아 있는 곳에서 느껴지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화려하고 새로운 것들보다는 시간이 쌓인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에 이상하게 마음이 동하곤했다.

    아마 그래서일까.

    일본 여행을 많이 가봤지만 그럼에도 일본여행하면 제일 먼저 교토가 생각난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교토를 좋아했던 건 아니다.

    내가 처음 교토에 갔던 때를 생각해보자면…

    그 당시 나는 정말 심하게 지쳐 있던 시기였다.

    번아웃이 심하게 와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에너지도 바닥나 있었다.
    거의 2년 동안 집에만 있을 정도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았다.

    어디론가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도, 정확히는 여행은커녕 무언가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 자체가 힘겹고 버겁게 느껴졌었다.

    그런 나를 지켜보던 베프가 어느 날 갑자기 일본으로 여행을 가자고 통보했다.

    그 친구가 정한 건 딱 두 가지.

    교토. 그리고 임박한 날짜.

    참고로 그 친구는 극P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이사항.
    베프가 말하길, 우리 둘만의 여행이 아닌 자신의 어머니도 함께 가는 여행이란다.

    친구의 어머님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친부모님보다 나를 더 잘 챙겨주셔서 지금도 부모님 같은 분이시다.

    여기서 가장 환장할 노릇은 나의 베프는 자신의 어머니와 단둘이 여행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

    그때의 나는 둘이 가자는 여행이었다면 아마 단칼에 안 갈 거라고 거절했을 텐데, 그 특이사항 덕에 선택이 달라졌더랬다.

    친구는 진심인지 협박인지 내가 안 가더라도 어머님과 둘이서라도 갈 거라 못을 박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들었던 난감함이란…

    친구가 극P에 어머님과의 성향 차이가 많이 난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나 없는 둘만의 여행이 너무 선명히 그려졌다.

    여행까지 얼마 남지도 않은 상황에서, 여행 계획을 정말 대충 짤 것 같은 친구가 어머님과 단둘이 처음으로 해외여행?

    와… 생각만 해도 어지러워졌다.

    일단 엄청 싸울 게 분명하고 어머님께서 엄청 고생하실 게 걱정되어 결국 여행을 승낙했다.

    결국 나는 베프가 파놓은 덫에 제 발로 걸어들어갔다.ㅋ

    그때를 생각해보면 내가 베프를 잘 알고 있듯 베프도 나를 정말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싶어 웃음이 난다.

    결국 그렇게 나는 생각에도 없었던 일본여행을 가게 됐다.

    하나 더 참고하자면,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여행 가기 최소 세 달 전부터 계획을 세우는 인간이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조금 웃긴 일이 시작된다.

    너무 당연하게도 그 여행의 계획은 내가 다 짜게 됐다.ㅋㅋㅋ

    처음에는 정말 마지못해 억지로 했다. 내가 짜지 않으면 짤 사람이 없으니까.

    그때는 지금처럼 궁금한 걸 AI에게 물어보면서 쉽게 쉽게 할 수도 없었다.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찾아보고 알아봐야 했다.

    그런데 막상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하니 조금씩 달라졌다.

    다른 나라는 좀 가봤지만 처음 가보는 일본이었고, 처음 가보는 교토였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인지 찾아보다가 또 다른 곳이 궁금해졌고, 하나를 알아보면 또 금세 궁금증이 생겼다.

    어쩔 수 없이 시작했던 여행 계획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조금씩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전적으로 친구에게 “어디가 가고싶어? 뭐가 먹고싶어?” 하다가

    “이것도 궁금한데? 여기도 가면 좋겠다.”라는 생각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계획은 조금씩 늘어났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하다.

    아무런 의욕도 없어 죽은 듯 집에만 박혀있던 사람이, 어느새 여행지에서 뭘 할지 찾아보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첫 일본여행을 준비했다.

    그때만 해도 일본에서 인터넷을 쓰려면 도시락 와이파이 기기를 들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크고 무겁기도 했는데, 그때는 그게 당연했다.

    몇 년 뒤 처음 eSIM을 사용해서 일본에 갔을 때는 그게 그렇게 신기했었다.

    “세상 많이 좋아졌네. 이제 이런 것도 되는구나ㅋㅋㅋ”

    시간이 흐르는 만큼 참 많이도 달라지는 것 같다.

    그 속의 나도 참 많이 달라졌다 느낀다.

    재밌는 건 그 첫 교토 여행을 다녀온 계기로 나는 조금씩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아마 그때 그 친구가 나를 꺼내주지 않았다면, 내가 세상과 단절되어 있던 시간이 조금 더 길어졌을 거란 생각을 한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베프에게 여행을 오자고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때 베프가 내게 돌려준 대답을 나는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같이 와줘서 내가 더 고마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여행은 내게 단순한 첫 일본여행이 아니었다.

    다시 밖으로 나와도 괜찮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된 여행이었고, 지치고 힘든 내 곁에 이런 친구가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그래서 그때는 몰랐다.

    그 여행을 시작으로 내가 교토를 몇 번이나 다시 찾게 될 줄은.

    처음에는 친구에게 끌려가다시피 갔던 곳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본에 갈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교토가 떠올랐다.

    아마 내가 교토를 좋아하게 된 이유에는 그곳의 풍경이나 역사, 고즈넉한 분위기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역시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지금도 교토를 생각하면 단순히 “좋은 여행지”라는 생각보다 조금 더 복잡한 감정이 든다.

    어쩌면 교토를 갈 때마다 문화니 역사니 그런 것들은 다 그저 취향에 따른 핑계들뿐일지도 모른다.

    그저.

    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던 곳이니까.

    사실은 그게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교토를 좋아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마 교토는 몇 번이고 더 가게 될지도.

    처음 나를 그곳으로 끌고 갔던 나의 베프에게는…
    아직도 늘 무엇이든 내가 대신 계획을 짜주는 것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ㅋㅋㅋ

  • 숙소 옮기기 싫은 사람이 아고다 50% 할인에 낚이면 생기는 일

    나는 여행하면서 숙소를 자주 옮겨 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이번 여행은 거의 먹으러 간 여행이라, 이번에는 그냥 한곳에 편하게 머물 생각이었다.

    숙소를 고를 때도 나는 큰 방이나 좋은 시설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그 돈으로 맛있는 걸 하나 더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다.ㅋㅋ

    그래서 이번에도 여행하기 편한 위치에 있으면서 가격이 괜찮은, 가성비 좋은 숙소를 찾았다.

    그런데 여행을 준비하면서 유튜브를 보다가 아주 솔깃한 정보를 발견했다.

    아고다를 더 싸게 예약하는 방법!

    처음 알게 된 방법은 나라 코드를 바꿔서 할인율을 다르게 적용 받는 방법이었다.
    이건 실제로 해봤는데, 우리가 가성비 위주로 숙소를 고르다 보니 할인되는 금액 자체는 꽤 소소했다.

    또 하나는 오후 10시에 시작하는 선착순 할인이었다.

    그런데 할인율이 무려 50%였다.

    50%!!!

    이 숫자를 보고 어떻게 그냥 지나가.ㅋㅋㅋ

    원래 계획대로라면 한 숙소에 쭉 머물면 되는 건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한번 해볼까?”

    그런데 이 할인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할인율은 50%였지만, 할인받을 수 있는 금액에는 최대 한도가 있었다.

    당시 최대 할인 금액이 2만 6천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9박 10일 일정이었으니 계산해보면 꽤 솔깃했다.

    하루에 2만 6천 원씩만 아껴도 9박이면 무려 23만 4천 원이었다.

    23만 4천 원이면 여행 가서 맛있는 것도 꽤 많이 먹을 수 있는 돈이다.ㅋㅋㅋ

    그래서 우리는 연박으로 한꺼번에 예약하기보다는, 할인 한도를 최대한 활용해보기 위해 하루씩 예약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때만 해도 나름 꽤 합리적인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말이지…ㅡㅅㅡ

    50%의 꼬임에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오후 10시가 되면 들어가서 할인권을 받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10시가 되기 전에 미리 들어가 있으면 로딩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10시 정각에 맞춰 들어가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10시가 되었다고 여유롭게 구경할 시간도 없었다.

    1~2분이면 매진되는 경우가 흔했다.

    할인권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결제하는 순간 이미 매진돼서 정상 가격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연인과 나는 어느 순간부터 휴대폰 두 대를 들고 매일 밤 10시를 기다리기 시작했다.ㅋㅋㅋ

    어느 날은 내가 성공하고, 어느 날은 연인이 성공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예약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당시 예약 내역을 보면 이런 식이었다.ㅋㅋㅋ

    처음에는 꽤 만족스러웠다.

    어차피 하루에 2만 6천 원씩 아끼는 게 목표였고, 실제로 할인에 성공하면 괜히 뿌듯하기도 했다.

    그런데 하루씩 예약하다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원래 묵으려고 했던 숙소의 객실이 하나둘씩 없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처음부터 한꺼번에 9박을 예약했다면 별일 없었을 텐데, 매일 밤 그날그날 할인되는 객실을 잡다 보니 다음 날에는 같은 숙소에 원하는 객실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결국 다른 숙소를 알아봐야 했다.

    원래는 한곳에 편하게 머물 생각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일은 어디서 자지?”
    를 고민하고 있었다.ㅋㅋㅋ

    그렇게 하나씩 예약하다 보니 숙소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포르자에서 묵었던 날들은 정말 웃겼다.

    하루하루 예약자가 달라서, 같은 여행을 하는 두 사람이 번갈아 숙소를 예약하는 상황이 됐다.

    체크인할 때도 생각해보면 좀 웃긴 상황이었다.
    “오늘 예약자는 누구지?” 하는 식이었으니까.ㅋㅋㅋ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리는 비슷한 금액대의 객실을 계속 예약하다 보니, 당연히 비슷한 방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체크인을 해보니 같은 호텔이어도 객실 타입이 조금씩 달랐다.

    싼 방으로 통일하면 한 방에서 쭉 지낼 수 있었지만, 중간에 조금 더 비싸고 좋은 방이 섞여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같은 호텔 안에서 방을 옮겨야 했다.

    하루는 이 방, 다음 날은 저 방.

    처음에는 “그래도 같은 호텔인데 뭐 어때?” 싶었지만, 여행 중에 매번 짐을 다시 싸고 방을 옮기는 게 생각보다 꽤 귀찮았다.

    결국 우리가 원래 제일 피하고 싶었던 ‘숙소 옮겨 다니기’를 같은 호텔 안에서도 하고 있었던 셈이다.ㅋㅋㅋ

    결국 이번 여행을 통해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됐다.

    나는 역시 숙소를 옮겨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ㅋㅋㅋ

    그리고 처음에는 하루에 최대 2만 6천 원씩 아껴서 9박이면 23만 4천 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모든 날 할인에 성공한 것도 아니었고, 할인에 도전하는 사이 원하는 숙소의 객실이 빠져버리면서 선택지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비싸게 예약한 숙소도 있었다.

    여행이 끝나고 숙소비를 전부 더해봤다.

    823,880원.

    평소처럼 여행 훨씬 전에 아고다에서 제공하는 16% 정도의 할인권을 사용해서 숙소를 한 번에 잡았다면, 우리가 예상했던 숙소비는 대략 75만 원 정도였다.

    그러니까 50% 할인에 도전해서 아끼기는커녕, 결과적으로는 평소 방식보다 7만 원 넘게 더 쓴 셈이었다.ㅋㅋㅋ

    하루에 2만 6천 원씩 아끼면 23만 4천 원을 절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때의 우리.

    그래..정말 그때는 말이지…ㅡㅅㅜ

    결국 돈도 생각만큼 아끼지 못했고, 원래 제일 싫어하던 숙소 이동까지 실컷 했다.ㅋㅋㅋ

    그래서 다음부터는?

    50% 할인에 낚이지 않기로 했다.

    짧은 여행이라면 재미 삼아 도전해볼 만하지만, 우리처럼 9박 10일 정도의 여행이라면 그냥 마음에 드는 숙소를 미리 잡고 편하게 여행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