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본에 갔을 땐 지금 생각하면 정말 별것 아닌 것들도 참 신기했다.
지금이야 일본에 많이 다녀 익숙해진 것들이 많지만, 처음에는 한국에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일본에서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었다.
그중 제일 먼저 기억나는 건 역시 돈이었다.
일본은 지금도 한국보다는 현금을 사용할 일이 많은 편이고, 내가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특히 현금을 많이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전을 많이 쓰게 됐다.
한국에서는 동전을 쓸 일이 매우 줄어들고 있었고, 무엇보다 동전은 비교적 작은 금액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일본에서는 그게 조금 달랐다.
나는 대충 100엔이면 우리 돈 1,000원, 500엔이면 5,000원, 1,000엔이면 10,000원 정도라고 생각하면서 계산했다.
지금은 환율이 또 달라졌지만, 여행할 때 빠르게 감을 잡기에는 아직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숫자보다 종이와 동전에서 오는 괴리감이 더 컸다.
동전 하나가 생각보다 꽤 큰돈인 것이다.
이게 묘하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동전 때문에 소비를 조금 가볍게 생각했던 적도 많다.
나는 원래 인형뽑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일본에는 인형뽑기 기계가 정말 많다.
한국에서는 한 판에 1,000원이라고 인식하고 하기 때문에
“한두 판만 하자.”
이런 식으로 나름의 브레이크를 걸려고 한다.
물론 한두 판만에 끝내는 적은 드물지만.ㅋㅋㅋ
그런데 일본에서는 한 판에 100엔.
머리로는 그게 우리 돈으로 대략 천 원 정도라는 걸 알고 있는데, 막상 100엔짜리 동전을 손에 들고 기계에 넣다 보면 느낌이 다르다.
천 원을 쓰는 것보다 동전 하나를 넣는 느낌에 가깝달까?
그래서인지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하게 되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손에 수북히 들고 있던 동전들이 순식간에 탕진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ㅋㅋ
돈의 가치는 알고 있지만, 그 돈이 동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하는 느낌이 달라지는 게 신기했다.
그보다 처음 간 일본에서 내가 놀랐던 건 따로 있었다.
내가 생각보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사람이었다는 것.
예를 들어 계산을 할 때였다.
일본에서는 동전으로 계산할 일이 많다 보니 하나하나 세어서 내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뒤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면 나는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빨리 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동전을 더 헷갈리고, 주저주저하게 됐다.
정작 일본의 점원들은 별로 급해하지 않는데.ㅋㅋㅋ
내가 조금 헷갈려 하면 알아서 도와주기도 하고, 거스름돈을 줄 때도 서두르는 느낌이 없었다.
줄이 길어도 손님에게 빨리 하라는 식으로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걸 몇 번 경험하고 나니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나 생각보다 엄청 급한 사람이었네?’
이건 버스를 탈 때도 비슷했다.
한국에서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면 버스가 완전히 서기도 전에 슬슬 일어나서 문 쪽으로 가는 게 나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버스가 완전히 멈춘 뒤에 사람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내려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것도 꽤 신기했다.
게다가 일본은 뒤에서 타고 앞에서 내리다 보니 처음에는 그것도 헷갈렸다.

실제로 처음 일본에 갔을 때 버스를 놓칠 뻔해서 급하게 뛰어간 적이 있었다.
저 앞에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막 멈추려고 하는데 나는 아직 한참 더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순간 ‘놓치겠다!’ 싶어서 냅다 뛰어갔다.
그런데 급한 마음에 내가 향한 곳은 버스의 앞문이었다.
앞으로 타려고 하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민망함이란…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정말 별것 아닌데, 처음에는 한국에서 익숙했던 방식이 몸에 배어 있어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움직였던 것 같다.
식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식당에 들어가서 빈자리가 있으면 일단 자리에 앉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데, 일본에서는 빈자리가 아무리 많이 보여도 직원에게 안내를 받은 뒤 자리에 앉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걸 몰랐고,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빈자리에 앉으려고 했다가 직원에게 제지를 받아 민망한 적도 있었다.
‘아… 여기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한 번 경험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식당에 들어가면 먼저 직원에게 물어보게 됐다.

신기하게도 그 습관은 지금까지 남아 이제는 한국 식당에 가도 일단 직원에게 자리를 물어보고 앉는 편이다.ㅋㅋㅋ
그리고 가장 어려웠던 건 역시 열차였다.

한국에서는 1호선이면 1호선, 2호선이면 2호선처럼 내가 타야 할 노선과 플랫폼이 어느 정도 한 세트라는 느낌인데, 일본에서는 같은 플랫폼으로 여러 종류의 열차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처음에는 그게 정말 헷갈렸다.
한 번은 내가 타야 하는 열차가 들어오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그 앞에 섰다가, 알고 보니 다른 열차였던 적도 있다.
다음 역을 확인했을 때도 내가 가려는 방향인 것처럼 보여서 탔는데, 막상 다음 역에 도착하고 보니 내가 가려던 역이 아니어서 내린 후 얼마나 당황했던지.ㅋㅋㅋ
사실 지금도 일본의 열차는 가끔 헷갈린다.
나는 일본어를 듣고 말하는 건 어느 정도 되지만 읽는 건 아직 서툰 편이다.
히라가나는 읽을 수 있어도 가타카나가 나오면 조금 어려워지고, 한자가 많아지면 더 자신이 없어진다.
물론 일본어를 잘 읽을 수 있다면 플랫폼 바닥의 색깔이나 한자, 열차 표시 등을 보고 구분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걸 완벽하게 활용하지 못하니, 지금은 조금이라도 헷갈리면 그냥 플랫폼에서 안내해주시는 분께 물어본다.
“○○역에 가려면 어디에서 타야 하나요?”
그러면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 알려주시기도 하고, 직접 그곳까지 안내해주시기도 한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안내원에게 안내를 받아 우리가 탈 열차가 들어오는 곳에 서 있었는데 마침 열차가 들어왔다.
그런데 바닥에 표시된 색깔은 맞는데 한자가 묘하게 비슷한 듯 달라 보이는 느낌?
‘이거 맞나…?’
고민하고 있던 순간.
우리를 안내해주셨던 분이 다시 오시더니 이 열차는 여기 서기는 하지만 우리가 타야 하는 열차는 아니라고 알려주시며 다음 열차를 타면 된다고 하고 사라지셨다.
그래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다 열차가 왔고,
이건가 보다! 하고 오르려던 찰나, 그분이 다시 급하게 오셔서 우리를 말리셨다.
그 후에는 아예 어디 가지 않으시고 주변에 계시다가 정말 우리가 타야 할 열차가 들어왔을 때는 우리를 보고 손짓을 하셨다.
“이거예요. 지금 타세요.”
그 순간 정말 감사했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낯설고 당황스러웠는데 몇 번 여행하다 보니 처음에는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배우게 됐다.
어떤 건 이제 너무 익숙해졌고, 어떤 건 아직도 헷갈린다.ㅋㅋㅋ
그리고 재미있는 건 일본에 가서 이런 것들을 경험하다 보니 오히려 내가 한국에서 어떤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는지 알게 됐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그렇게 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계산대 앞에서 괜히 마음이 급해지고 버스를 놓칠까 봐 뛰어가고 있는 나를 보면서 새삼 나도 ‘빨리빨리’의 민족임을 깨닫게 됐다.
여행을 하다 보면 유명한 관광지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물론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런 별것 아닌 순간들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처음에는 몰라서 당황했던 것들.
한 번 겪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그리고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것들.
아마 이런 작은 차이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